2022년 5월 개장한 춘천 레고랜드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장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박정민 기자 강원도가 춘천 레고랜드 사업 계약의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24일 강원도청 브리핑룸에서 영국 멀린사와 맺은 춘천 레고랜드 사업 총괄개발협약(MD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시민들을 위해 당연히 검토를 해야 한다. 하지만 말씀 드리기 조심스러운 건 멀린하고 앞으로 주고 받을 게 많다. 최선의 의사결정이 뭐냐는 좀 고민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업 특수목적법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재무 위기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계약 협상이 올해 내로 딱 끝나면 좋겠지만 절대 올해 내로 끝날 수 없는 협상이기 때문에 그것(재계약)을 믿고 중도개발공사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너무 리스크가 크다"고 덧붙였다.
"MDA를 수정하고 그 기반 위에 중도개발공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게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게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버티기로 들어가면 중도개발공사는 파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전했다.
2018년 12월 다수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강원도의회를 통과한 '레고랜드 코리아(춘천 레고랜드) 조성사업 강원도 권리의무 변경 동의안(이하 동의안)'은 MDA 중 투자 확대를 결정한 영국 멀린사에게 시행권을 넘기는 내용과 강원도의 권리변경 등이 개정, 포함됐다.
문제는 MDA 중 사업 차질,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규정이 강원도에 불리하게 설정돼 있다는 것.
당시 작성된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가 최대 주주로 있는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총괄 개발협약 위반, 내부 승인절차 불이행, 기타 사유로 총괄 개발협약 효력이 상실되거나 협약 조건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멀린과 대행 업무를 맡고 있는 레고랜드 코리아가 입은 손해배상을 배상하도록 돼 있다.
반대로 멀린과 레고랜드 코리아가 협약 조건대로 사업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원도, 엘엘개발이 입은 손해에 대해 강원도, 엘엘개발이 테마파크에 투자한 800억 원 한도의 배상의무를 부담하도록 계약이 체결됐다.
검토보고서는 "멀린과 레고랜드 코리아가 강원도 및 엘엘개발에 대한 손해배상의 경우 800억 원으로 한정돼 있어 손해배상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없는 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멀린과 레고랜드 코리아가 강원도와 엘엘개발에 배상할 금액은 한정돼 있지만 반대의 경우 배상액이 과도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충분해 강원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테마파크 사업비용 2600억 원 가운데 멀린 1800억 원, 엘엘개발이 800억 원을 분담하도록 한 계약 중 멀린의 투자내역과 시기의 구체화, 명료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강원도내 2세부터 12세 연령을 대상으로 한 레고랜드 유사 테마파크 개발 시 사전협의가 필요하도록 규정한 부분 역시 현행 법률상 가능한 규정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 김진태 강원도정은 위기에 직면한 강원중도개발공사 정상화 방안으로 파산, 존속, 강원개발공사와의 영업양수도 등 세 가지 안을 두고 검토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중도개발공사가 파산할 경우 도는 하중도 토지 및 대위변제금 상실, 부채, 국외배상 등을 포함해 4000억원 이상의 재정 손실이 불가피하고 존속 시에도 중도개발공사에 1800억원 상당의 도 재정투입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원개발공사와 통폐합할 경우 인수사업 추진자금 마련을 위한 500억원 규모 출자만 이뤄지면 하중도 사업재개가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원도가 중도개발공사 보증채무를 갚기 위해 제공한 대위변제금 2050억원은 어떤 방안을 선택해도 돌려받을 수 없다. 지방공기업평가원 기준에 따라 강원개발공사가 중도개발공사를 인수하려면 법인가치가 흑자 상태여야 한다. 현재 적자 상태인 중도개발공사의 재무구조를 개편할 유일한 방안은 대위변제금 2050억원 채무 조정뿐이라는게 강원도의 입장이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MDA 내용을 철저히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멀린사와의 재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강원도가 계속해서 MDA 공개를 미룬다면 이는 도민을 철저히 외면하고 특정 기업과의 밀실 협약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