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강원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선서하는 최현석 강원경찰청장. 강원경찰청 제공2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강원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강원학원 사학비리 수사 지연부터 통일교 첩보 유출, 불법 계엄 가담 의혹, 간부 음주 비위까지 강원경찰을 겨냥한 질타가 쏟아졌다.
강원학원 이사장 사학비리 "수사 의지 있나" 질책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강원경찰청 국정감사가 열린 24일 기본소득당 용혜인(비례대표)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구본호 기자첫 질의에 나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비례)은 허필호 전 강원학원 이사장이 운영해 온 사학비리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용 의원은 "공익신고자가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이후 작년 9월에 이 사건이 춘천경찰서로 이첩됐다. 그런데 강원경찰은 '올해 5월에 교육청 고발을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럼 그 7~8개월 동안 사실상 아무 것도 안 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최현석 강원경찰청장은 "올해 5월 고발장을 접수한 이후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했고 현재 주요 피의자 조사도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추가 피의자도 인지해 포렌식이 끝나는 대로 마무리하겠다"고 답했다.
용 의원은 허씨가 2015년에도 공사비 착복, 횡령, 갑질 문제 등으로 벌금형 약식 기소로 끝난 뒤 다시 이사장으로 복귀한 점을 들어 "당시 춘천지검 부장검사였던 인사, 당시 변호인이 현재 강원학원 이사장·이사로 들어가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강원경찰이 정말 의지를 갖고 사학비리를 뿌리뽑을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허 전 이사장은 재직 당시 학교 내부를 숙소로 리모델링하고 학교 관련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사업비 13억 원을 집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부적절한 계약에 관여해 뒷돈을 챙기거나 교직원들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갑질 의혹도 받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교직원 여러 명에게 점심 배달이나 장기자랑 강요 등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강원학원과 허씨 등에게 과태료 총 2억6900만 원을 부과했다.
신경호 강원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측근으로 지목된 최준호 정책협력관이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공무원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한 뒤 돌연 진술을 번복한 사안에 대한 신속한 소환조사도 촉구했다.
최 청장은 "해당 인물에게 출석요구를 한 상태지만 아직 답이 오지 않았다"며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통일교 원정도박 첩보 받은 춘천경찰, 조작·은폐 없었나" 추궁
통일교 한학자 총재. 황진환 기자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원정도박 관련 사건 내사 정보를 최초로 입수한 춘천경찰서에 대한 첩보 은폐 여부를 두고 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도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광주 서구을) 의원은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춘천경찰서가 '통일교 총재와 임원들이 재단 자금을 빼돌려 미국에서 불법 반출·원정 도박을 했다'는 첩보를 접수했고 내사에 착수했다"며 "그런데 그 내사 사실이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들어가 통일교 측에 전달됐고, 관련 회계자료가 특정 연도 것부터 폐기됐다. 알고 있느냐"고 추궁했다.
최 청장은 "그 공소장 내용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강원청 차원에서는 해당 사안을 내사하거나 수사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서울 구로구 을) 의원은 "자료가 없다고 해서 '안 했다'가 되는 게 아니"라며 "이미 어느 경찰서에서 누구에게서 나왔는지와 그 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까지 공소장에 특정돼 있다. 강원경찰청 입장에서 이 정도 사안은 핵심 현안인데 취임 한 달이 지나도록 전수 점검도 안 한 건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건 단순히 '첩보가 있었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첩보가 유출됐고, 내사가 중단됐고, 그 과정에서 증거 인멸까지 갔다는 의혹이다. 이런 건 조직 전체 신뢰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경기 화성시 병)의원도 "정말로 내사를 안 했다면 엄청나게 구체적이고 큰 첩보를 접수해 놓고 아무 것도 안 한 것이고 누군가 뭉갠 것"이며 "내사를 했다면 '안 했다'고 말하는 순간 그 내사 사실과, 동시에 정보 유출 사실까지 같이 은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 청장은 "첩보는 정보과에서 본청으로 올리고 본청이 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여서 지방청 내부에서 전 과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말씀 주신 부분은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춘천경찰서는 2022년 한 총재 등 통일교 임원이 재단 자금을 횡령하고 이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불법 반출해 원정 도박을 한다는 제보를 받고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했다.
김건희 특검 공소장에는 해당 수사 정보를 보고받은 피고인들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회계자료 등을 관리하는 직원 등에게 증거를 없애도록 공모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특검팀은 이때 권 의원이 경찰 내사 내용을 전해줬다고 보고 있다.
최현석 강원청장 향해 "12·3 불법 계엄 동조했나" 질타도
2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강원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최현석 강원경찰청장. 구본호 기자이날 국정감사에서는 '12·3 비상 계엄사태'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차장을 지낸 최현석 현 강원청장에 대한 계엄 동조 여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계엄 사태 이후 당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내란 혐의로 긴급 체포되면서, 최 차장은 서울청장 직무대리를 맡은 바 있다.
윤건영 의원은 "12월 3일 윤석열씨가 군인을 동원해 국민에게 총을 겨눈 불법 계엄 상황에서 서울청장이 회의를 열었다"면서 "최현석 당시 차장은 '계엄은 일반적 효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건 계엄에 소극적으로 동조한 거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최 청장은 "'정당하고 긴급한 계엄'이라면 일반적 효력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며 "오히려 계엄이 상당히 논란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하지 마시라'라는 이야기를 (김봉식 전 청장에게)귓속말로 드렸다"고 답변했다.
윤 의원은 "'논란이 있는 계엄'이 있고 '논란이 없는 계엄'이 있냐"며 "당시 계엄은 불법적인 것이고 계엄에 대해 소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다시는 그런 일이 재발하도록 눈치 보지 않고 제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의원은 보충 질의에서 "김봉식 전 서울청장은 '포고령의 법률 검토를 최현석 차장이 했다'고 증언했고, 현장에 있던 간부들도 같은 취지로 이야기한다"며 "그런데 청장은 '법률 검토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왜 진술이 엇갈리나"라고 물었다.
최 청장은 "실제로 법률 검토를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그런 걸 따라야 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다소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를 한 걸 들었다고 하는 또 상당수의 증언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경기 용인시 갑) 의원은 최 청장을 향해 "불법 내란과 계엄의 밤이 다시 오면 단호하게 거부하겠다고 할 수 있느냐"며 "정치적 편향성과 폭압성에서 벗어나 경찰 스스로를 성찰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경찰이 스스로 음주에 빠져" 기강 해이 도마 위
강원경찰청 전경. 강원경찰 제공전국 최상위권 수준의 소속 경찰관 음주 비위 행위 사실에 대한 거센 질책도 이어졌다.
양부남 의원은 "강원경찰청 산하에서만 올해 음주 비위가 5건 발생했다. 전국 1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발생한 간부 경찰관이 술에 취해 순찰차를 발로 차고, 동료 경찰관을 밀기까지 했는데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양 의원은 "그게 바로 제 식구 감싸기"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상대가 시민이면 입건하고, 경찰이면 안 하는 이중잣대로 신뢰를 받을 수 있겠냐"며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누가 흘렸는지 색출하겠다'는 식으로 대응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성권(부산 사하구 갑) 의원은 "강원지역 교통사고 발생과 사상자 수는 해마다 줄고 있고 음주운전 사고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강원경찰은 올해에만 음주 비위가 5건이 된다"며 "음주운전으로 보호해야 할 경찰이 스스로 음주운전에 빠져있다는 상태가 아이러니 하다"고 질책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징계가 확정된 경찰관은 총 3명으로 경사 1명(강등), 경장 1명(강등), 순경 1명(파면)이 각각 징계 조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최 청장은 "음주사고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비위 발생 시 더 엄중히 문책하겠다"며 "스스로 비위를 예방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답했다.